2025년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 디지털 사회의 정보 감시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사고는 몇 달간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에서는 제대로 감지되지 않았고, 외부 감독기관 역시 어떠한 경고도 주지 못했다.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감시 체계 자체가 부재했음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보안 감시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과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제는 기업과 정부에만 보안을 맡겨둘 수 없는 시대이며, 디지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직접적 개입이 요구된다.
보안 감시는 누가 책임지는가?
2025년 초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건은 단순한 보안 결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건은 수개월간 진행된 대규모 침입이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 내부에서는 아무도 해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정부 기관 역시 사전에 이를 경고하거나 감지하지 못했다. 이 사태는 단지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감시의 실패’였으며, 디지털 사회에서 **감시자가 존재하지 않는 보안 체계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통신사의 보안 점검은 대체로 자체 감사에 의존한다. 그러나 자기 점검은 근본적으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기업의 입장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감사 역시 주기적이지 않고,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해킹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문제가 드러나는 ‘사후대응형 구조’에 머무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 누가 그것을 관리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누가 보안을 감시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감시자는 과연 감시받고 있는가?” 이런 질문의 답으로 등장해야 할 주체가 바로 시민사회이며, 특히 **보안 감시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이는 특정 기관이 아니라,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연대하여 정보 보호를 위한 독립적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조직이다.
보안 감시 시민단체가 수행할 수 있는 5가지 역할
1. 통신사 보안 공시 분석 및 평가
시민단체는 통신사가 공개하는 보안 관련 자료—예: 시스템 점검 보고서, 사고 대응 매뉴얼, 유출 이력 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이 스스로 '보안을 잘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독립적인 감시 기관이 이를 평가하고 점수화함으로써 **기업 간 보안 경쟁력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2. 개인정보 유출 대응 모니터링 및 민원 대리
해킹 피해자 중 상당수는 정보 유출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거나 통신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시민단체는 이들을 위한 **피해 신고 접수 창구 및 법률 상담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민원 대리 및 집단 소송 지원 등도 가능하다. 이는 개별 피해자의 부담을 줄이고, 사건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3. 기업-정부-소비자 간 중재자 기능
보안 정책은 대부분 기업의 이익 또는 정부의 규제 프레임에 따라 설계된다. 이 구조에서 시민단체는 소비자 관점의 균형자를 자처하며,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는 감시와 조정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정보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핵심 요소다. 4. 디지털 보안 교육과 캠페인
보안 인식 부족은 또 다른 취약점이다. 일반 사용자가 이중 인증이나 스미싱 예방, 계정 보안 관리 등의 기본을 모른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실효성은 낮아진다. 시민단체는 지역 사회, 학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안 시민교육 캠페인**을 주도하며, 사회 전체의 보안 리터러시를 향상시킬 수 있다. 5. 국제 보안 네트워크 형성과 공동 대응
해킹은 국경을 초월한 문제다. 시민단체는 해외 유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해킹 동향 보고서 작성**, 국제 공동 대응 캠페인 전개, 국제 포럼 참여 등을 통해 보안 감시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국내 활동을 넘어 **국제적 책임성과 연대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보안은 감시받을 때만 안전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보안을 기업의 내부적 문제이자, 정부의 기술 정책 정도로 여겨왔다. 그러나 SKT 해킹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은, **그 누구도 완벽하게 정보를 지키지 못하며, 감시받지 않는 보안 체계는 필연적으로 뚫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감시와 책임의 구조가 정비되지 않으면 그 기술은 오히려 위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제 보안은 모두의 책임이자 권리다. 정보는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핵심이며, 그것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때 개인의 자유와 존엄 역시 훼손된다. 보안 감시 시민단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디지털 민주주의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정부나 기업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 시민이 직접 감시하고 조율하는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타락하고, 감시받지 않는 보안은 반드시 침투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많은 감시자**이다. 그리고 그 감시자는 전문가만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