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이 일상화된 오늘날, 통신사가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는 선택 기준이 될 만큼 중요해졌다. 특히 암호화 기술과 전송·저장 보안 수준은 통신사 간의 실질적인 보안 격차로 이어진다. 본 글에서는 국내 주요 통신사(KT, SKT, LG U+)의 데이터 암호화 수준과 전송 보안, 저장 보안 체계를 비교 분석하고, 고객 입장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들을 정리한다.
AES-256, 국내 통신사의 암호화 기본 스펙
국내 통신 3사(KT, SKT, LG U+)는 모두 데이터 보안을 위해 고급 암호화 기술인 AES-256을 기본 스펙으로 적용하고 있다. AES-256은 2의 256제곱에 해당하는 조합을 갖는 고난이도의 암호화 방식으로, 미국 국방부와 금융기관에서도 사용될 만큼 신뢰성이 입증된 국제 표준이다. 이 기술은 통신 과정 및 저장 데이터 모두에 적용될 수 있으며, 사실상 해킹이나 무차별 대입 공격으로 해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KT는 AES-256 암호화를 자사의 전용 보안 플랫폼과 연동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통화 내역, 위치 정보, 청구 정보 등 주요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암호화·복호화 처리한다. 특히 하드웨어 보안 모듈(HSM)을 이용해 암호화 키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물리적 침해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SKT는 T-SOC(Security Operation Center)를 통해 모든 고객 데이터 흐름에 대해 AES-256을 적용하고 있다. SKT의 강점은 클라우드 아키텍처 기반 보안 인프라다. 클라우드 시스템 상에서 암호화가 자동화되어 있으며, 재난 대응을 위한 다중 백업 구조도 동시에 운용되고 있다. 시스템 내부에서의 데이터 이동 시에도 별도 암호화 절차가 적용된다. LG U+ 역시 고객센터, 모바일 앱, API 서버 간 모든 정보에 AES-256을 적용하고 있으며, 서버 내부에서도 복호화 키를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접근 권한은 직무별로 분리되어 있고, 고위험 정보는 별도의 격리 구역에서 처리된다. LG U+는 이중화된 암호화 방식을 채택하여 전송·저장을 넘어, 처리 중인 정보도 보호한다. 이처럼 동일한 AES-256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에 통합되었는가, 어떤 추가적인 보안 레이어가 적용되었는가에 따라 실질적인 보안 수준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단지 ‘암호화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암호화 구조의 운영 체계와 대응 능력까지도 살펴야 한다.
전송 중 보안, HTTPS 그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저장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바로 ‘전송’이다. 고객의 인증 정보, 결제 요청, 로그인 이력 등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하는 이 과정에서도 보안은 필수이며, 해커 입장에서 가장 노릴 수 있는 구간이다. 대부분의 통신사는 HTTPS 프로토콜을 사용해 전송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있으나, 이는 시작일 뿐이며, 실질적인 보안 수준은 그 위에 어떤 보안 계층이 더해졌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SKT는 TLS 1.3 버전을 전송 보안의 기본 계층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 버전인 TLS 1.2에 비해 암호화 속도는 빠르면서도 해독 저항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TLS 1.3은 불필요한 암호화 수단을 제거하여 중간자 공격(MITM)에 매우 강한 내성을 보인다. 특히 SKT는 모바일 앱에서 발생하는 모든 트래픽을 TLS 터널링 방식으로 전송하며, 실시간 위협 탐지 시스템과 연동해 이상 접속을 즉시 차단한다. KT는 TLS 외에도 세션 단위의 ‘임시 키 교환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며, 세션마다 새로 생성되는 키를 사용함으로써 동일 정보의 반복 탈취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보안 수단으로, 중간자가 키 정보를 훔치더라도 다음 세션에는 전혀 쓸모가 없게 만드는 구조다. LG U+는 전송 구간 내에 ‘이상 탐지 시스템(IDS)’를 연동하여, 일정 시간 내 동일한 유형의 요청이 반복되거나 비정상 패턴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해당 접속을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업 고객 전용으로는 VPN급 사설망을 통해 데이터를 우회 전송할 수 있게 하여, 전송 구간 자체를 보호된 채널로 고정하는 방식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전송 보안 전략은 HTTPS의 존재 여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시간 모니터링, 키 관리 정책, 그리고 시스템 간 연동 체계까지 포함된 통합 보안 프레임워크로 평가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통신사의 기술 자료나 보안 관련 약관을 통해 TLS 버전, 키 관리 방식, 전송 구간의 위협 탐지 체계 등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장 보안, 암호화 수준보다 중요한 접근 통제
데이터 저장 시 보안은 정보 유출 사고를 방지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다. 저장 보안은 단순히 암호화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데이터를 누가, 언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통제하는 ‘권한 구조’와 연계되어야 실효성이 있다. KT는 저장 데이터에 대해 AES-256을 이중 적용하고, 고객의 핵심 정보(예: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는 별도 암호화 DB에 저장한 뒤, 추가로 마스킹 처리까지 진행한다. 마스킹은 복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부 정보(예: 앞자리, 뒤 4자리 등)를 숨김 처리하여, 데이터 유출 시에도 실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또한 접근 로그는 24시간 기록되며, 비인가 접근 시 실시간 알림과 차단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SKT는 저장 데이터 접근에 자체 보안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내부 직원의 평소 접근 패턴을 학습하여, 평소와 다른 시간대나 IP, 접속 지역 등에서 데이터 접근이 발생할 경우 이를 자동 감지하고 접근 권한을 차단한다. 특히 외부 요청에 따른 고객 정보 조회는 실시간 승인 체계가 필요하며, 복호화 자체도 시스템에서 자동 처리되는 것이 아닌 2인 이상 승인 방식으로 제한되어 있다. LG U+는 ‘시간 제한 접근’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지정된 시간 범위 내에서만 복호화가 가능하며, 이 시간이 지나면 권한 자체가 소멸된다. 또한 고객 데이터는 지정된 지역 서버에만 저장되도록 설정되어, 해외 유출이나 다국적 해킹 시도에 대한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기업 고객에게는 저장 암호화 외에도 주기적 보안 점검 보고서를 제공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저장 보안은 ‘암호화 기술’이라는 표면적 요소를 넘어, 복호화 제한 구조, 접근 권한 분리, 이상 접근 감시, 데이터 위치 제어라는 다층적 구조로 작동해야만 실효적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통신사가 단순히 암호화를 적용하고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저장 보안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통신사 보안, 기술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KT, SKT, LG U+는 모두 국제 표준 암호화 기술인 AES-256을 채택하고 있고, TLS 기반 전송 암호화, 저장 시 이중 보안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동일성은 보안 수준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차이는 그 기술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시대, 고객은 단순히 “보안이 적용되어 있다”는 표기만 믿어서는 안 된다. 전송 중 데이터 보호 방식, 저장 시 접근 제어 구조, 복호화 권한 통제 여부까지 통신사별로 비교하고, 필요한 경우 보안 정책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거나 약관을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그리고 그 기본을 얼마나 깊이 있게 관리하느냐가 통신사 보안 경쟁력의 차이를 만든다. 고객은 자신이 어떤 보안 구조에 데이터를 맡기고 있는지를 알고 선택해야 하며, 통신사 역시 보안 기술뿐 아니라 그 운영 방식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