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단순한 보안 위기를 넘어, 언론 보도의 편향성과 책임 의식을 재조명하게 만든 사건이다. 본 글에서는 자극적 헤드라인, 단정적 책임 지목, 실질적 대안 부족이라는 언론 보도의 세 가지 주요 문제를 짚으며, 정보 소비자인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제안한다. 해킹이 정보 보안의 붕괴라면, 잘못된 보도는 정보 신뢰의 붕괴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무엇을 믿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극적 헤드라인과 과장보도, 공포심만 키운다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직후, 수많은 언론은 “1,000만 명 정보 유출”, “통신망 뚫렸다”와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일제히 쏟아냈다. 사건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빠르게 전달한다는 명분 아래, 정작 본문 내용에서는 유출된 정보의 범위나 피해 경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숫자와 표현이 기사 제목을 장식했다. 이런 방식은 뉴스 소비자에게 실질적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일시적인 클릭을 유도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평가된다. 특히, ‘통화 내용 유출 가능성’이나 ‘휴대폰 위치 실시간 노출’과 같은 문구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임에도 헤드라인에 등장했고, 이로 인해 대중은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피해를 상상하며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사건 직후 국민의 64%가 “기사 제목만 보고 심각한 불안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사 본문을 끝까지 읽지 않고 헤드라인만 접한 이용자들에게 과도한 공포심을 심어주었다는 의미다. 언론은 공익을 위해 사건을 알리는 책임이 있지만, 공포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저널리즘이라 할 수 없다. 특히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는 기사 제목은 수많은 소비자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신중하고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SKT 해킹 사태 보도에서는 그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언론의 책임감 부재가 낳은 과장보도의 전형적 사례로 남게 되었다.
책임 소재에 대한 단정과 기업 이미지 훼손
또 하나의 주요 문제는, 사건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SK텔레콤에 대한 단정적 책임 지적이 다수 언론 보도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일부 매체는 “보안 인력 부족이 사고를 불렀다”, “SKT는 위기 대응 시스템이 없다” 등 단정적 문장을 사용하여 기업의 책임을 기정사실화했고, 그 과정에서 신중한 검증이나 균형 잡힌 시각은 실종되었다. 이는 언론의 역할이 단순한 전달을 넘어 검증자로서 기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론 몰이의 수단으로 기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해킹 사건과 같은 사이버 공격은 복합적 원인을 가지며, 기술적·관리적·외부 요인 모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사에서는 “SKT의 고객 이탈 시작됐다”, “SKT만의 보안 실패”라는 식의 문장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공식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보도는 SK텔레콤이라는 특정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단기간 내 부정적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보도가 경쟁 통신사 관계자의 익명 인터뷰나 관련 기관의 유추성 분석을 인용하면서,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일각에서는 ‘통신사 바꿔야 하나?’라는 불안심리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지율이나 주가 변동이 일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언론이 예측에 기반한 내용을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전달한 결과, 산업 전체의 신뢰도 역시 함께 손상되었다. 언론 보도가 기업에 대한 경고나 견제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그 과정이 책임감 없는 단정과 조작된 프레이밍에 기초할 경우, 오히려 공공 정보의 질을 훼손하고 정보 소비자의 판단 능력을 저해하게 된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핵심인 저널리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언론 보도 윤리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안 제시 없음: 이용자 정보는 뒷전, 실질 대응 정보 부족
SKT 해킹 사건 보도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이용자가 취해야 할 실질적인 대응 정보가 언론 기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건의 성격상 가장 필요한 정보는 ‘내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는 방법’,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즉시 조치’, ‘통신사 고객센터의 대응 절차 안내’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이었지만, 대부분의 보도는 기술적 해설, 해커 배후 추정, 정부 조사 착수 여부 등 **사건 자체에 대한 분석**에 치중되어 있었다. 피해자는 단지 사건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언론은 이 중요한 기능을 외면한 채, 보안 실패의 원인과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며 대중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기사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신고 절차조차 소개하지 않았으며, 보도 후속으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탐사 기사는 사실상 부재했다. 이는 언론이 단지 사건을 보도하는 전달자의 위치에 머물렀을 뿐, 정보 소비자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공서비스 제공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언론은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의사결정을 도와야 하며,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다. 하지만 이번 해킹 사태 보도에서는 언론이 정보 소비자를 위한 실천적 역할을 방기한 채, 이슈를 소비하는 주체로서만 기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각종 커뮤니티나 비공식 채널을 통해 대응 방법을 공유하거나, 직접 통신사에 항의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공적 정보의 전달 창구로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정보의 공정성과 정확성 못지않게, 정보의 실용성과 접근성 역시 언론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공익적 기준임을 이번 사태는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정보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단순한 사이버 보안 위기를 넘어, 언론의 보도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되묻는 사건이었다. 자극적인 제목, 성급한 단정, 이용자를 위한 실용 정보의 부재는 언론이 본래 수행해야 할 공공적 기능을 왜곡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정보 소비자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상실하게 만들며, 사회 전반의 정보 생태계에 불신을 퍼뜨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첫째, 정보 소비자는 기사 제목에만 의존하지 말고, 본문을 끝까지 읽고 출처와 사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매체의 보도를 비교·분석하여 편향된 시각이 아닌 **균형 잡힌 정보**를 습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셋째, 언론 스스로도 위기 보도 시 **사실 확인의 우선순위, 정서 자극의 절제, 실질적 정보 제공**이라는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이다. 정보는 단지 많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소비해야 하는 자산**이다. 언론 역시 그 정보 자산의 출처이자 관리자로서, 더욱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의 불안과 위기에 응답해야 한다. SKT 해킹 사건 이후, 우리는 보안 시스템뿐 아니라 **정보 전달 구조와 해석 방식**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