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은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서 삶의 질 저하, 무력감, 그리고 기업 대응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이 글은 실제 피해자 3인의 사례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피해자 중심 대응'이라는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통계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말이다.
통신 해킹, 숫자보다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2025년 SK텔레콤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언론과 기업의 대응은 대체로 기술적 원인, 시스템 보완, 추후 대책 등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들의 삶은 거의 조명되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는 단지 사생활 침해나 금융사기로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그날 이후로 자신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기업과 기관의 대응 속에서 철저히 무시당하는 감정을 겪는다. SKT 해킹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은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뿐 아니라, 피해자 대응 체계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 구조적 무관심이다.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기는커녕 스스로 유출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만 한다. 기업은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나 구체적인 보상 절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또한 반복적인 "조사 중"의 언어로 신뢰를 잃었다. 이 글은 피해자 세 명의 실제 인터뷰 사례를 중심으로, 그들이 겪은 혼란, 분노, 좌절, 그리고 요구 사항을 통해 우리 사회가 왜 ‘피해자 중심’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세 명의 피해자가 말하는 SKT 해킹의 실상
1. “내가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니요?” – 40대 여성, 직장인 A씨
서울에 거주하며 SKT 장기 고객이었던 A씨는 해킹 사실을 뉴스로 접한 후, 통신사에 직접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유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피해가 발생했다면 고객이 입증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설명뿐이었다. 그녀는 "정보는 기업이 유출시켰는데, 책임은 제가 져야 하느냐"며 좌절감을 표현했다. 2. “보이스피싱 목소리가 너무 진짜 같았어요” – 20대 남성, 대학생 B씨
B씨는 '통신사 보안 점검'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정확한 개인 정보를 언급하는 상대의 요청에 응했다. 이후 은행 계좌에서 소액이 인출되었고, 통신사는 단순한 사기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정보가 유출됐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통신사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했다. 3. “결국 내 잘못이래요” – 60대 남성, 자영업자 C씨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C씨는 청구서에 나타난 소액결제 내역을 보고서야 이상을 감지했다. 그러나 고객센터는 "본인 인증 여부를 입증할 자료가 없으면 취소가 어렵다"고만 했다. 그는 정보에 취약한 고령층일수록 더욱 큰 피해를 본다며, "기업은 책임을 전가하기에만 바쁘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연령대, 다른 피해 유형을 겪었지만 공통된 감정을 공유했다. 바로 무력감, 분노, 그리고 ‘방치되었다’는 인식이다. 해킹 자체보다 더 큰 충격은, 자신이 소비자로서 대우받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피해자 중심 대응’은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SKT 해킹 피해자들의 인터뷰는 단순한 사례 수집이 아니다. 그것은 현 체계의 한계를 고발하는 살아 있는 증거다. ‘피해자 중심’이라는 문장은 사과문에 적힌 문구로 끝나선 안 된다. 그 개념은 기업의 모든 대응 시스템, 정보 제공 구조, 보상 절차 속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기업은 사건 발생 즉시 피해 범위와 경로를 명확히 밝히고, 모든 피해자에게 신속히 알림을 제공해야 한다. 피해자 입증 책임을 줄이고, 통합된 보상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하며, 고령층이나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별도 대응 창구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실시간 인증 정보 감지 체계 구축, 무료 법률지원 제도 도입, 신용보호 조치 확대 등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들의 말 속에는 기술 보고서보다 더 많은 진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통계가 아니다. 한 명의 피해자도 소외되지 않는 시스템, 그것이 우리가 지금 가장 시급하게 구축해야 할 ‘디지털 시민권’의 핵심이다. “우리는 숫자가 아닙니다.” 피해자들이 남긴 이 말은 경고이자,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질문이다.